다가구 연남은 일반 주택이었던 곳을 조합원들과 조금씩 손보면서 바꿔서 쓰고 있는 곳이다. 맨 위층은 의료생활협동조합의 주치의인 혜진씨의 주거공간으로, 1층의 넓은 공간은 카페인 다가구 키친(구 제닥식당)으로, 지상층은 의료 생활조합원들의 병원인 삼십육쩜육도씨 의료생협 30분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병원과 함께 카페가 있는 것도 재미있지만, 병원이라는 프로그램과 어울리지 않게 공간은 아늑하고 평화롭다. 언제나 누구든 들어올 수 있게 활짝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오면 넓고 적당히 어두워 포근한 공간 안에 싱그러운 식물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이 있다. “놀러올 수도 있고, 아프지 않아도 올 수 있는 편한 병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병원이 보통 편한 이미지는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까페는 일종의 환경적인 장치입니다. 사실 병원은 아프지 않으면 잘 오지 않잖아요. 아프기 전에 함께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사랑방같은 병원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냥 병원에 가라고 하면 누가 가겠어요. 사람들이 병원에 올때 갖는 마음가짐보다는 카페를 올 때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병원을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마음에서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협동조합도 만들게 되었죠.”혜진씨는 한국에서 의사가 너무 지치지 않고 즐겁게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왔고, 더 나아가 생활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조합원들의 주치의로 나섰다. “사실 한국에는 1, 2, 3차의 의료전달 체계가 있어요. 평소에 1차 의료인 제너럴닥터, 즉 저희같은 일반의들이 평소의 자잘한 감기나 증상 등을 돌봐드리고, 이런 동네 병원에서 해결이 안되는 차원의 질병은 2차, 3차 병원으로 직접 안내해드리는거죠. 그리고 2차, 3차 병원에서 어느정도 질병이 해결되면 다시 1차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돌봐드리는 시스템이에요. 환자분들이 아플때 스스로 어느 과를 가야하나 고민하는 상황은 의료전달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해요. 그러니 의사들은 환자가 몰려 지치고, 환자들은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는거죠. 저는 동네의사, 즉 일반의가 제대로 기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네에 항상 있으면서 환자들을 지속적이면서 친절하게 돌봐주는 의사요. 저희가 진료하는 컨셉 자체가 굉장히 인간적으로 접근하려는 것이기도 하고, 사람들하고의 진료가 만족스럽기 위해선 사람들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소통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진료실 안에서만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환자와의 관계가 진료실 바깥까지 연장이 되곤 해요. 저희는 그런 일상적인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편하게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야 사람이 아플 때에도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2010년 즈음부터 이런 방식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진료를 강화하기 위해서 생활협동조합이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동네에 녹아져 있는 커뮤니티 기반의 1차 진료를 강화하기 위해 한번 경제적인 면도 결합해 묶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된건데요, 조합은 이 주변 지역에 거주하시는 분들 위주의 폐쇄적인 공동체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조합이 활성화되면서 이 곳은 더이상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아니라 조합원들과 함께 운영해가는 병원과 카페로 바뀌었습니다. 운영과 예산, 사업 계획 등 모든 것을 조합과 함께 만들고, 저는 조합에서 일한만큼 보수를 받는 의사가 되었지요.” 조합에서는 카페 운영과 진료 외에도 이 조합의 지속가능함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저희가 이 공동체를 통해 지향하는 것은, 이 조합을 기반으로 하는 1차 의료. 조합 주치의를 만들어 이것을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조합에서 진료 외에 의사와 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각종 컨텐츠를 함께 공유하는 거에요. 영화를 보면서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던가, 함께 술을 마시며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던가, 건강 강좌, 혹은 토론, 간담회와 같은 것들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각 선생님들의 전문 분야와 관련해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혜진씨는 조합원들과 함께 이 곳을 만들면서, 어쩌다보니 자신의 작은 꿈들 중 하나를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큰 공간을 조합원들의 사무실과 의원으로 쓰고, 밑의 작은 공간을 카페로 차리고 맨 위층을 살림집으로 써야지 생각했었는데, 건물 용도 허가를 받을때 따져보니 그렇게 다양한 용도로 허가를 받을 수 없더라구요. 자금도 넉넉치 않아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제일 큰 공간을 카페로 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병원을 1층에 꾸리게 되었어요. 일본에는 1층을 진료실로 쓰고 2층에 자기 살림집이 있는 구조의 동네 병원이 많거든요. 제 꿈이 제가 사는 동네에서 진료를 하는 것,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편하게 병원을 마련하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우연하게 이 꿈들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 본 저작물은 2014년 오픈한 YWP:잎 서비스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