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은 3층짜리 가정주택을 개조해 1,2층은 1인 스튜디오나 작은 규모의 사무실들이 입주해 공간을 나눠쓰고, 3층은 가정집 그대로 사용하는 특이한 곳이다. 사무실이 나열되어 있다는 점은 별로 남다를 것 없는 것 같지만, 그를 담고 있는 그릇이 가정집이 라는 것 만으로도 이 곳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 곳을 기획하고 입주해서 공간을 쓰고 있는 문도호제의 임태병 소장(이하 임)과 막다른의 공간 디자인을 했던 쿼츠랩(이하 쿼츠)을 만나서 이 곳의 기획과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임 : 처음에는 집주인인 김종민 음악감독님이 집 전체 3개 층을 다 쓰려고 하셨었어요. 1, 2층을 거주공간으로 쓰고 3층을 작업공간으로 쓸까 했었죠. 그런데 갑자기 아기가 생기면서 이런저런 상황이 바뀌어 작업실을 다른데에 얻으셨더라구요. 이 곳을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쓸지 고민하시다가, 어차피 앞으로 자라날 아이는 물건이든 건물이든 독점하고 소유하는 세대가 아니라 공유하는 세대가 될 테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커가면서 공간을 같이 쓰는 모습을 보며 자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1, 2층을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 해서 삼시옷에 이 곳을 셰어하우스로 만들어달라고 의뢰를 하신거였어요. 그런데 집을 살펴보니 이게 방들이 큰 곳은 너무 크고 작은 방은 너무 작고 편차가 심해서 셰어하우스로는 적절치 않으니, 가게라던지 다른 것을 해보는게 낫겠다 싶어서 어쩌다가게를 기획해 본 저에게도 연락이 온거죠. 보니까 가게로서의 가능성은 있는데 막다른데에 있고 환경이 조용해서 상업시설보단 작업실이나 사무실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래도 상업시설로의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고 내부적으로도 상업시설의 수요가 있으니 커피스탠드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도? 그래서 돌아서 진입할 수 있는 커피스탠드 하나를 두고, 나머지 공간은 사무실이나 작업실로 쓰자고 기획했습니다.임 : 처음에 여길 구상할때 무조건 넣어야지 했던 두 팀이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쿼츠랩이에요. 당시에 저랑 프로젝트 같이 하는게 있어서 자주 만났었는데 상수동에 있던 쿼츠랩 사무실이 되게 열악했어요. 그래서 좋은 공간을 소개해주고 싶은 것도 있었고 본래 이태원에서 시작했던 팀이니 시작했던 곳으로 와서 좋은 컨디션에서 다른 팀들이랑 같이 있으면 일하는데 시너지가 있겠다 싶어서 제안했는데 바로 좋다고 답변이 왔죠. 또 하나는 미래물산이었어요. 미래물산도 제가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친구인데, 안그래도 1인 사무실인데 혼자서 박혀가지고 일을 하는게 좀 그렇더라구요. 물론 혼자서 작업하는 것을 존중하긴 하지만 같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도 있고, 집도 분당이니 오가기가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권했죠. 1층의 일러스트레이터 김호씨는 원래 제가 운영하던 홍대 까페 비하인드의 단골이어서 권했는데 들어오게 된거고요.이렇게 세 팀이 들어오고 나니까 저도 여기 들어와서 같이 있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원래 제 성향이 사무실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그런 일들과 관계가 없는 사람인데 일하다보니 법인 사무실을 만들고 꾸려나갔었거든요. 큰 규모의 일을 맡으려면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 법인이어야만 하는 일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었는데 그걸 하다보니 10년을 운영했던거에요. 일을 하다보니 설계 외에 어쩌다가게 같은 기획이나 프로듀싱 일을 하게 되면서, 큰 조직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일을하고,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법인이나 큰 회사같은 플랫폼을 고집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존에 일하는 방식들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 포트폴리오, 쌓아온 것들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식으로 베이스캠프를 두고 일하는 식이었다면, 전 그 베이스캠프가 이제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거에요. 인테리어가 필요하면 쿼츠랩이랑 같이 하고, 그래픽 디자인이 필요하면 미래물산이랑 일하고, 커피 관련 일은 피트커피랑 일하고.. 그렇게 내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방식으로 일하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이 곳이 생긴거죠. 자연스럽게 제가 여기로 들어오면 그런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오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직은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테스트를 해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더 지켜봐야 알겠죠.혼자 일하는 1인 스튜디오나 인원이 적은 사무실들은 특별히 서로에게 경제적 도움이 안 되더라도, 옆에 자기와 비슷한 느낌의 다른 누군가가 옆방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힘이 날 것이다.임 : 예전에 어쩌다가게를 했을때 실수했던 부분이 저도 모르게 가게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시너지를 너무 경제적인 효과에만 집중했던 점이에요. 사실 가게였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것 말고도 함께 있어서 좋은 점이 심리적인 면이나 관계적 측면에서도 있을 수 있는건데 그걸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 1년에서 1년 반 정도 운영이 잘 될때는 괜찮았지만 그 이후에 경제적인 부분들이 축소되면서 여기저기서 균열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댠순히 경제적인 것 외에 다른 부분들이 탄탄하면 한 해의 수입이 조금 취약해도 나머지 다른 부분에서 보완되는 것들이 있었을텐데. 그런 면에서 막다른이 좋은 점은 가게가 아니라서 심리적이거나 관계의 측면에서의 시너지를 더 기대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1인 스튜디오인 미래물산에도 들어오라고 권했던거고요. 다만 관계의 측면에서 좋은 영향이 있었느냐는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판단단할 수 있겠죠. 일단 저는 함께 있어서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어쩌다가게와 막다른 모두 개조된 주택에 다른 프로그램이 들어와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지점 중 하나다. 주택이었던 공간이기에 정원이 있고, 1층을 거치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외부계단, 옛날 주택 스타일의 계단이 있는 등 일반적인 사무실이나 가게와는 달리 새로운 공간의 경험을 준다.임 : 딱히 주택을 고집한적은 없어요. 하지만 전에 했던 어쩌다 가게의 경우에는 주택을 일부러 찾아다녔었죠. 원래는 쉐어하우스를 만들려던 계획에서 자연스럽게 가게로 변경된거라 가게여도 공간의 모양새는 주택이면 좋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네요. 주택이면 방들을 각자 가게들이 점유하고 나머지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을 같이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거라 그땐 주택을 찾아다녔었어요. 사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하다보니 주택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긴 하네요.유럽의 경우 건물이 계속 하나의 용도로만 쓰이지 않고 성당이었던 건물이 호텔이 되거나, 도서관이 되거나 하기도 하는데, 한국은 아직 그 정도 잘 유지되는 오래된 건축물이 흔치 않기도 하지만, 원체 건물에 들어가는 내부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공간만 잘 만들어놓으면 알아서 잘 쓰겠지 라는 인식이 기반에 있는데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프로그램이나 작동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건물들을 다른 용도로 쓴다면 어떻게 쓸 수 있을지, 꼭 주택 뿐만 아니라 흔히 볼 수 있는 다가구나 아파트가 나중에 어떻게 바뀌거나 쓰일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하죠. 나중에 시간이 지나야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있겠지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흥미로운 일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한남동과 이태원에서도 누군가는 취향의 중간지대를 잘 찾아내어 재미있는 일을 일구거나,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지역성을 만든다.임 : 홍대에서 있었던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사실 벌써 한남동에 대한 어떤 점을 파악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구요. 일단 공사할때부터 여태까지 몇 개월 지냈던 느낌을 말씀드리면 여기는 딱 강북과 강남의 중간인 것 같아요. 강북과 강남의 욕망들이 뒤섞인 것 같은 느낌. 예를들면, 강남 사람들이 강북까지 가기에는 너무 불편한거에요. 그 불편함이 거리상의 불편함이 아니라, 재미는 있는데 좀 재수없게 느껴지거나 하는 등의 감수성에서 오는 불편함이에요. 또 반면 홍대에 매일 있던 사람이 강남에 가면 누가 일부러 배제한 것도 아닌데 괜히 배제된 듯한 느낌이 들죠. 그래서 딱 여기가 서로의 감수성의 극단까진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멈추고, 섞여진 느낌이에요. 강남사람들이 다리만 건너면 바로 올 수 있는 곳이지만 완전한 강남은 아니고, 또 완전한 강북도 아닌데 강북의 냄새는 조금 맡을 수 있는. 금액대라던가 동네의 프로그램도 그렇고 혼재된 듯한 성격이 많이 보여요. 가게의 프로그램은 홍대에서 볼 법한 것들이 있는데 발렛파킹을 해준다던지. 그게 매력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되게 재미있는 점이라고 생각했어요.그리고 또 한가지는, 젠트리피케이션 얘기할때 대표적으로 나오는 사례가 항상 홍대인데요. 처음에 홍대에 자리잡고 문화를 일구었던 세대는 돈을 못벌었어요. 그 사람들이 요즘엔 다시 홍대 인근으로 돌아와서 대안경제를 모색하고 있는데, 그나마 그런 흐름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결국 거꾸로 왜 그렇게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동안 돈이 하나도 안모였다는 증거거든요. 반면 이태원이나 한남동에 있는 친구들은 젊은 친구들인데도 불구하고 중간의 타협점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취향 자체를 너무 극으로 가져가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경제적으로도 그 안에서 돈을 굴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거죠. 테이크아웃 드로잉의 경우도 옛날 홍대에 있었다면 그냥 쫓겨나고 말았겠죠. 예전같으면 장렬히 전사하는건데 다른 방법들을 찾고 있잖아요. 워크스도 그렇고요. 영리하죠. 젊은 친구들을 보면서 그런 방법이나 전략을 배워야하나 그런 생각이 종종 들때도 있어요.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공간이 많아서 좋은 주택이지만, 공사할때는 주택이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예측불가의 상황이나 비교적 적은 공사비에도 불구하고 통일감있고 멋진 공간이 나왔고 모두 만족하며 공간을 쓰고있다.쿼츠 : 저희는 이 정도 규모의 주택을 처음 공사해보는 것이기도 했고, 상업공간은 어느정도 해온 것들이 있으니 예측가능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 곳은 예측 불가의 상황이 많았던 것 같아요. 보니까 여기 천정은 이렇게 높은데 저쪽 천정은 정말 말도 안되게 낮게 만들어져있고 그런거에요. 여길 좀 더 크게 쓰고 싶으니까 어디를 뜯자 이런 것들을 예상하면서 철거 계획을 세웠었는데, 막상 뜯어보니까 말도 안되는 것들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건 재밌다거나 어려웠던 점들이라기보다 흥미에 가까웠던 경험이고요. 한편으론 조금 겁도 나기도 했어요. 함부로 뭐 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결정적으로, 공사비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었어요. 어쩌면 공사비가 많았어도 뭘 많이 하려고 했을 것 같진 않긴 해요. 진행하면서 많이 바뀌기도 했었어요. 공사를 하다가 의도치않게 1층 창이 더 크게 뚫려버렸었는데, 뚫고보니까 커도 괜찮겠네 싶어서 그대로 변경하고….쿼츠 : 아쉬웠던 점은 공용공간에 투자를 많이 못했다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개인공간은 알아서 꾸미는 공간이지만 공용공간은 사실 모두가 같이 힘을 합쳐서 해야하는 영역인데 별로 크게 할 수 있는게 없었던 것 같아요. 공사비를 어떻게 평등하게 나눠써야하나 하는 것도 고민이 많이 되었었고요. 예를들어 지금 1층의 김호씨가 쓰시는 방은 원래 문이 없었는데 문을 만들면서 공간을 만든거거든요. 이렇게 되면 다른 방에 비해 투입되는 비용이 더 많아지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나눠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최대한 메일로 항상 물어보고 수용하려고 노력은 했지만요.임 : 원래 이 곳의 인테리어 자체가 그렇게 나쁘진 않았었어요. 대신 전체적으로 향이나 창의 사이즈에 비해서 안의 인테리어가 좀 어둡게 되어있었죠. 그래서 안정적인 맛은 있지만 들어왔을 때 되게 어두침침한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그 반작용으로 밝게만든 것 같기도 하네요. 적은 예산으로 이렇게 전체 공간에 대한 톤과 매너를 잘 조절해서 공사를 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신기한건 전 이 인테리어에 대해 전혀 관여한 적도 없는데, 가끔 제 손님들이 와서 이 곳을 보면 여긴 다들 뭐 이유가 있어서 하나의 공통점으로 모여있는 줄 알더라고요. 실제로 사무실 내의 공간은 각자 꾸미는건데도 톤이나 매너가 다 비슷한 느낌이라 신기하면서도 좋았어요.쿼츠 : 뭐 굳이 말씀드리면, 배경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이 오면 어떻게 꾸미겠지 이런걸 상상은 할 수 있어도 예측대로 나오진 않잖아요. 공동공간이고 각자가 알아서 공간을 채워갈테니 거기에 뭔가 색을 넣을 순 없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다만 새로 입주하는 곳이니 우중충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그냥 밝게 뽑고, 원래 있었던거 그대로 살리고.. 그런 방향으로 풀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별거 안 했는데도 저희가 예상하고, 생각했던 그런 공간들이 다 들어와있고, 서로 어울리기도 하고 심지어 좋아해주시니 함께 있어서 시너지가 나는게 있다면 그런 부분일 것 같네요.뭉치면 강하다는 것은 만국공통의 진리일 것이다. 하지만 항상 뭉쳐있는게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필요 때에 따라 흩어졌다 뭉쳤다 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의 실험속에서 이 곳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임 : 기대하는건 처음에 말씀드린대로, 네트워크 사이에 들어왔으니 또다른 플랫폼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원해요. 플랫폼을 또 만들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곳에서 기대하는 거고요. 나머지는 뭐 모든 입주한 팀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거? 어떤 팀은 거창한 플랫폼이 여전히 필요한 팀도 있고, 그렇지 않은 팀도 있겠지만, 그런 조건을 떠나서 이 안에서 다른 팀들과 함께 있으면서 좋은 시너지가 발휘되고, 그래서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점이 여기서 기대하는 점이에요.
좀 더 유연하게 움직이기 위한 실험
막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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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Mundo e hoje
文圖戶製 문도호제는 world & today 라는 뜻을 지닌 포르투갈어 ’mundo e hoje’ 를 한자어로
변용한 이름으로, 건축, 인테리어를 포함하는 공간관련 디자인과 기획 위주의 one-table office다.
변용한 이름으로, 건축, 인테리어를 포함하는 공간관련 디자인과 기획 위주의 one-table offic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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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 공간에 관련된 주제를 연구하며, 디자인에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은 공간 스튜디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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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한남동 657-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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