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주택가 한 가운데, 천천히 커피 향기를 맡으며 따라가다보면 숨어있는 작은 장소. 돌아보면 인왕산이 든든하게 뒤를 지켜준다. 전진규씨는 작은 커피 작업실 노멀사이클코페를 운영한다. “약 8년 전부터 커피 관련 일을 시작했습니다. 원래 전공은 프로그래밍이었는데 IT쪽은 아무래도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날 테헤란로를 지나다가 에스프레소바를 봤는데, 안에서 커피를 만드는 풍경이 너무 신선해 보였어요. 그 때는 아직 한국에 커피 전문점이 많지 않을때였거든요. 그때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되었지요. 마치 홀린 것처럼 바로 그 쪽에 이력서를 보냈고 우여곡절 끝에 입사를 하게 되었지요. 그 후 에스프레소를 배우고, 카페를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가게를 차리고 싶었지만 커피 만드는 일 외에 재무 관리나 자재 관리 등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쉽게 엄두가 잘 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결국 여의도에서 일하던 카페를 마지막으로 직접 가게를 차리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의자가 몇 개 놓여있지 않은 것을 보면 알겠지만 노멀사이클코페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장소를 지향한다. “저는 이 곳을 편의상 커피 작업소라고 부르고 있어요. 이곳은 전체적으로 동네가 조용해서 커피 작업이 잘 되요. 좋은 환경의 독서실 같은 느낌이에요. 공간은 원래 이 곳을 함께 쓰기로 했던 친한 형과 직접 꾸렸어요. 대략 완성된 공간의 그림은 머릿 속에 있었지만 명확한 도면을 갖고 만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공간이 하나 둘씩 만들어졌죠. 함께했던 형이 MMMG에서 오래 일하셨던 분이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혼자서 공간을 구성했으면 지금보다 더 단순하게 커피 관련 기구만 놓았을 것 같네요. 형의 도움을 받아 더 재미있는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생겨서 그 형이 나가시고 저 혼자 작업실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혼자가 되니까 월세 등 금전적으로 부담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카페도 함께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보조의자나 바에 두고 마셔야 한다는 점이 다소 불편할 수는 있으나, 조용히 창 밖으로 보이는 인왕산과 평화로운 동네 풍경과 함께하는 커피 한잔의 시간은 그런 잠깐의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카페보다는 커피 가게라는 느낌으로 운영해 나가고 싶습니다. 재래시장에 있는 두부 가게처럼 말이죠. 언젠가는 정말로 커피를 시장에서 편히 구할 수 있는 풍경도 보고 싶어요. 그리고 커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 분들에게 연출되거나 변형된 것이 아닌 원초적인 커피를 소개하고 서로 소통해서 영감을 받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라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이 곳은 천천히 다져나가는 작업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러 것에 욕심내지 않고 한 가지만 진득하게 해나가는 작업실 말이죠. 저는 이 곳을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니까요.” – 본 저작물은 2014년 오픈한 YWP:잎 서비스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